직장인 이모(31)씨는 지난 5일 결혼을 약속한 애인 김모(28)씨의 서울 대치동 직장 로비에서 작은 콘서트를 열었다. 친구 3명이 통기타와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동안 이씨는 노래를 부르며 김씨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정식으로 청혼했다. 이어 직장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사람은 ‘프로포즈 반지’를 교환했다. 오는 5월 결혼 날짜를 잡은 상태에서 약혼식 대신 콘서트형 ‘프로포즈식’을,결혼반지 대신 ‘프로포즈 반지’를 택한 것이다.

예비신랑이 먼저 예비신부 부모를 찾아 인사하고 예비신부가 예비시댁에 선을 보인 뒤 양가 부모 상견례와 약혼식으로 이어지는 결혼 절차의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딱딱한 격식 대신 추억을 만들려는 신세대들이 프로포즈식이란 새로운 결혼 풍속도를 만들었다.

레스토랑이나 소극장을 빌려 둘만의 촛불파티를 열거나,예비신랑이 예비신부 회사 건물에 청혼 문구를 적은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고,주말을 이용해 교외 펜션에서 친구들에 둘러싸여 결혼 약속을 하는 등 최근 유행하는 프로포즈 유형은 다양하다. 교제 단계부터 양가를 드나들며 일찌감치 얼굴을 익힌 커플들이 약혼식보다 비용 부담도 적고 ‘톡톡튀는’ 이색 이벤트를 개발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바람을 타고 프로포즈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준비를 대행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이벤트 회사 ‘봄’의 프로포즈 플래너 최우리(24·여)씨는 “프로포즈 신청 고객의 70%는 이미 결혼날짜를 잡은 상태에서 프로포즈식으로 약혼식을 대신 하려는 사람들”이라며 “한 달에 10여건씩 신청이 들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이벤트 신청이 쇄도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만 10쌍 이상이 프로포즈식을 가졌다. 최씨는 “자유분방한 신세대들이 어색하고 거추장스런 약혼식 대신 부담이 적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 추억을 선택하고 있다”며 “공식처럼 여겨져온 기존의 결혼문화는 몇 년 안에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기자 eyes@kmib.co.kr